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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제품 리뷰

진짜 사무용 기계식 키보드, 한성컴퓨터 GK787S Office Master

진짜 3개월 사용 후기

직접 구매하고 남기는 리뷰!

하루에 8~11시간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에게 키보드와 마우스는 전장의 창과 방패와 같은 소중한 장비다. 노련한 병사는 장비를 따지지 않지만 장비는 좋을수록 좋다. 오늘날 사무실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키보드는 맴브레인 키보드다. 기계식 키보드와 달리 키캡 안에 러버돔을 누름으로써 키 입력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하고 소음이 적어서 사무실을 떠나 가장 대중적인 키보드이다. 하지만 오래 쓰면 키감이 변하고 고장 나면 수리가 어렵기 때문에 새롭게 구매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핑하는 재미가 없어 키보드 사용이 많은 직장인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맴브레인 키보드를 벗어나 기계식 키보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기계식 키보드는 맴브레인 키보드와 달리 키캡 안에 러버돔 대신 스위치가 존재한다. 맴브레인 키보드보다는 좀 더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다. 키캡을 바꾸거나 스위치를 바꾸는 등 자유롭게 커스터 마이징이 가능해서 사용자에 알 맞은 타건감을 선사할 수 있다. 디자인도 자유롭게 꾸밀 수 있으니 키보드 사용시간이 많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특유의 소음과 두께 그리고 가격 때문에 생각 없이 구매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한성컴퓨터 GK787S Office Master는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싶은 직장인을 제대로 노리고 나온 제품이다. 튀지 않는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맴브레인과 비슷한 소음으로 조용한 사무실에서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다. 제품의 모델명부터 Office Master가 아닌가. 8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사무실에서 이보다 쓰기 좋은 제품은 흔치 않을 것이다. 

 

 


튀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기본에 충실한 레이아웃

사무용을 노린 제품인 만큼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출시했다. 상사나 다른 동료의 눈치를 볼 수 없는 곳인 만큼 무난하고 튀지 않는 색상은 당연하다. 만약 레오폴드 스웨디시 화이트와 같은 키보드를 사무실에서 쓴다면 아마 많은 주목을 받을 테니 말이다. 흰색보다는 검은색이 더 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고민 없이 검은색을 구매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정말 튀지 않고 무난하다. 검은색 바디에 검은색 키캡, 그리고 흰색으로 문자가 각인되었고 4개의 LED 인디케이터가 존재한다. 4개의 LED 인디케이터에는 별도의 설명이 존재하지 않아 더 깔끔한 느낌을 준다. 왼쪽부터 Num Lock, Caps Lock,  Scroll Lock, Win Lock순으로 되어 있다. 레오폴드 모델의 경우 Num이나 Capslock 키캡 아래에 별도의 LED를 넣어 알려준 것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기본적인 한성컴퓨터의 LED  인디케이터 방식이 더 좋다. 매번 해당 키를 보며 불빛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밝은 곳에서 작업할 경우 키캡 아래에 위치한 LED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키보드의 우측 상단만 보면 되니 더 편리하다. 

 

 

사양표에 따르면 무게는 910g으로 기계식 키보드 치고 무거운 편은 아니다. 사용자의 손목 각도에 알맞은 스텝스컬쳐2 방식을 채용했다. 키보드를 옆에서 보았을 때 일자가 아닌 키보드의 키캡이나 하우징에 굴곡을 주어 인체공학적으로 타이핑하기 위해 만든 배열이다. 맴브레인 키보드보다는 기계식 키보드에 많이 쓰이는데, 대부분 스텝스컬쳐2 방식을 많이 채용한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가 내장되어 있어서 키보드 자체의 높이가 높다. 키캡의 높이를 제외하더라도 키보드 본체의 낮은 부분은 약 2cm, 높은 부분은 3.4cm에 달한다. 별도의 팜레스트 없이 키보드를 쓴다면 순식간에 손목이 아작 나는 경험을 할 것이다. 기계식 키보드를 쓴다면 반드시 팜레스트를 추가로 구매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팜레스트가 얼마나 편한지 알았다면 과거에 갖고 있던 레오폴드 키보드를 처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키캡에 각인된 문자는 평범하지 않다. 키캡에 각인된 문자를 보고 타이핑을 하지 않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영문 폰트가 흔히 볼 수 있는 그것은 아니다. 폰트에도 예민한 사람이라면 꼭 키캡의 폰트를 확인하고 구매하자. 덧붙여 Capslock과 같은 키들은 문자가 없고 기호만 존재한다. 꼭 알아두자. 

키보드의 레이아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본적인 104 키다. 우측 하단의 윈도우키 대신 fn가 자리 잡았다. 우측 윈도우는 잘 쓰지 않는 만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하나 알아두어야 할 점은 엔터키는 역ㄴ자 모양이 아닌 ㅡ자 모양이다.


PBT 재질의 키캡과 이중사출 각인

 

 

키캡의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하지만 플라스틱에도 종류가 있다. 키캡에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의 재질은 ABS와 PBT가 있다. ABS는 우리가 잘 아는 저가형 키보드에 많이 쓰이는데 오래 쓰다 보면 닳아 모양이 변형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ABS는 PBT와는 달리 물에 뜰 정도로 밀도가 낮고 열에 약해 내구성이 좋지 않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저가형 키보드에 많이 쓰인다. 반면 PBT는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밀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다. ABS보다는 제작 단가가 높고 더 좋게 쳐준다. 한성컴퓨터 GK787S Office Master는 ABS가 아닌 PBT로 키캡을 만들었다. 오래 써도 마모될 걱정이 적다. 

 

 

키캡 문자의 각인은 이중사출로 되어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쪽짜리 이중사출이다. 이중사출이란 두 가지 색상이나 재질로 성형한 것인데 주로 칫솔의 디자인을 위해 많이 쓰인다. 이중사출을 이용해서 키캡의 글자를 각인하면 그 키캡의 글자는 지워질 일이 없다. 인쇄 것이 아닌 그냥 두 가지 색상의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글은 이중사출 각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PBT재질의 키캡 위에 한글 각인을 인쇄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ㄱ,ㄴ,ㅏ와 같은 한글 각인의 색상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왕 하는 거 한글도 이중사출로 각인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사무용에 적합한 소음, 아쉬운 타건감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소음이다. 아무리 타건감이 좋아도 소음이 크다면 주위 동료들의 눈치를 받기 때문이다. GK787S Office Master는 맴브레인 키보드만큼 소음이 적다. 키스킨을 씌운 맴브레인 키보드만큼 소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우스 클릭 소리가 들리는 사무실에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소음 수준을 들려준다. 키보드 본체 내부에 흡음재가 있어서 ‘퉁~퉁~’ 거리는 통울림 소리를 막아준다.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의 크기 때문에 본체가 크고 본체의 안쪽 공간은 비어져있는데 타건을 강하게 하면 본체 속에서 소리가 울린다. 이를 통울림이라고 한다. 

사무용을 노리고 나온 제품인 만큼 스위치도 저소음 적축을 채용했다. 기계식 키보드에 쓰이는 스위치는 주로 체리MX, 카일, 게이트론 등이 대표적인데 그중에서 체리MX의 사용자가 많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체리MX의 스위치가 스위치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서 체리사의 기준을 많이 따른다. 

 

www.leopo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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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의 종류는 회사마다 다르고 여러 가지가 있으나 체리MX의 기준으로 청축, 갈축 그리고 적축이 있다. 스위치의 색상에 따라 부른다. 청축은 기계식 키보드의 대표적인 스위치다. 가장 널리 사용되어 왔는데 기계식 키보드의 단점이었던 소음을 부각한 존재다. 키를 누를 때마다 나는 ‘딸깍’ 혹은 ‘찰칵’ 거리는 소음은 사용자로 하여금 리듬감과 경쾌함을 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어서 조용한 장소에서는 쓰기가 어렵다. 

갈축은 ‘딸칵’ 거리는 소음은 없다. 하지만 키를 누를 때 일정 지점이 지나면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준다. 청축의 느낌을 최대한 가져가고 소음을 줄여보고자 나온 스위치다. 

적축은 소음이나 걸리는 느낌조차 없다. 직선으로 바로 본체를 때린다. 그래서 청축이나 갈축에 비해 타전하는 재미가 현저히 줄어든다. 소음은 더 줄어들어서 조용한 환경에서 쓰기 좋도록 개량된 스위치다. 하지만 키를 강하게 누르거나 때리는 사용자가 쓰면 본체를 그대로 때려버리므로 오히려 소음이 더 날 수 있다. 여기서 더 소음을 개선한 것이 저소음 적축이다. 기존의 적축에 비해 소음을 더 줄인 것이다. 

 

 

GK787S Office Master는 저소음 적축을 채용해서 소음을 최대한 줄였다. 적축의 단점이 될 수 있는 통울림 또한 내부에 흡음재를 추가해서 최대한 억제했다. 소음 자체는 맴브레인 키보드만큼 줄어들었고 옆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조용하다. 무소음까지는 아니고 타이핑하고 있구나 하는 소음이다. 

타건감은 조금 아쉽다. 동일 스위치를 이용한 레오폴드 제품에 비하면 정말 심심하다. 레오폴드 키보드의 경우 적축 특유의 서걱거림을 느낄 수 있어 마치 사과를 써는 느낌을 받았는데, GK787S Office Master는 그냥 단조롭다. 타건하는 재미는 많이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최고의 사무용 키보드

7~8만 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PBT재질의 키캡, 이중사출 각인, 소음, 체리MX사의 저소음 적축을 채용해서 최고의 가성비를 느낄 수 있다. 동일 사양의 레오폴드 제품은 104 키 기준 13~14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글 각인이 이중사출이 아니고 다소 밋밋한 타건감을 제외한다면 최고의 사무용 키보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